전기차 국책 사업, 이스라엘의 일렉트릭 드림(2008-08-28)

칼럼

전기차 국책 사업은 이스라엘의 일렉트릭 드림이다. 예전부터 원유의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던 이스라엘은 그 대안으로 전기차를 택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일상에 가까운 전기차 프로젝트가 이스라엘에서 실현되려 하고 있다. 여기에는 프로젝트 베터 플레이스와 르노-닛산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중국의 BYD와 체리도 가세하고 있다.

글/한상기

많은 나라들이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할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만 해도 정부와 자동차 메이커, 배터리 제조사, 전력 회사가 연합으로 전기차의 개발과 운행에 관한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이스라엘은 전기차의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가 있다. 2010년을 목표로 인프라의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전기차의 프로토타입도 이미 나온 상태이다. 이스라엘이 다른 나라 보다 전기차의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는 원유 수입을 줄이고자 함이다. 이스라엘이 주로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는 사이가 좋지 않은 중동 국가이기 때문에 대체 에너지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전기차라는 해법은 일치감치 결정되었지만 어떻게 전기를 공급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였다. 알려진 것처럼 전기차는 초기 구입 비용이 비싸고 충전 시간도 길다. 거기다 항속 거리도 일반 자동차 보다 턱없이 짧아 일상의 발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전기차의 완벽한 상용화를 위해서는 나라 곳곳에 충전소를 설치해야 하는 투자가 뒤따라야 하고 거기다 참고할 만한 예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이러던 차에 샤이 애거시가 이끄는 PBP(Project Better Place)와 르노-닛산이 나타났고 이스라엘 정부는 세 회사와 손을 잡았다.

이 프로젝트는 샤이 애거시가 가장 먼저 제안했다. 애거시는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 SAP를 나온 후 환경 친화적인 전기차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애거시가 깨달은 것은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배터리 성능의 향상만으로는 힘들다는 것. 많은 오너들에게는 짧은 충전 시간만큼이나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충전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충전이 아닌 배터리의 교체였다. 즉 오너가 차를 몰고 교환소(또는 충전소)에 도달할 경우 이미 충전이 되어 있는 배터리로 간단하게 교체한다는 것. 당연히 배터리 교체가 충전 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오너는 시간을 뺐길 필요가 없다. 그리고 밤사이 내내 집에서 충전할 이유도 없어진다. 유리한 것 중 하나는 이스라엘은 국토가 넓지 않아 전체 인구의 90%는 하루 평균 주행 거리가 70km 정도이다. 이 정도는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도 커버할 수 있는 거리이다.

그리고 부담이 되는 배터리의 교체 비용은 리스로 대체된다. 즉 이스라엘의 전기차 사업은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휴대폰처럼 월 정액을 내고 이용하는 방식이다. 운전자들은 한 달에 일정 요금을 내고 배터리 교체와 충전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며 월정액은 주행 거리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방식이면 전기차 구입에 배터리가 제외되어 초기 비용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애거시가 이 사업을 위해 설립한 것이 PBP(Project Better Place)로 불리는 벤처 기업이다. PBP는 이스라엘 코포레이션과 모건 스탠리, VVP(VantagePoint Venture Partners)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

전기차의 개발은 르노-닛산이 맡는다. 곤 회장은 PBP, 이스라엘 정부와 연간 1만~2만대의 전기차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태이다. 올해 초 선보인 메간 전기차 프로토타입은 0→100km/h 가속 시간 13초, 최고 속도는 110km/h, 최대 항속 거리는 200km이다. PBP와 르노-닛산은 이스라엘과 동일한 컨셉트로 교통 혼잡이 심한 런던, 파리, 도쿄 등에도 이스라엘과 동일한 컨셉트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덴마크와 스페인도 PBP의 전기차 사업을 도입하기로 확정지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전기차의 상용화 시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PBP, 르노-닛산만 전기차를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이태리의 피아지오는 올해 3월부터 이스라엘 최초의 전기차 베스파의 판매를 시작했다. 베스파 상용밴은 미국 기준으로 3만 3,018달러에 팔리며 최대 항속 거리는 250km, 완전 충전에는 2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최근에는 BYD가 전기차 대열에 가세했다. BYD는 IDB 홀딩과 손잡고 전기차 E6와 F6DM PHEV를 내놓기로 거의 합의했으며 5인승 전기차 F3도 2년 전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다. IDB 홀딩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입차 임포터 노치 단크너의 최대 주주, BYD 오토는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사인 BYD의 자회사이다.

중국의 체리도 이스라엘 코퍼레이션(IC, Israel Corp.)의 전기차 파트너로 결정되었다. IC는 반도체와 운수업, 화장품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의 대표 기업으로 전기차 합작 생산으로 자동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두 회사의 합작 법인은 체리가 55%, IC가 45%의 지분을 소유하게 되며 2010년부터 연간 1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렇게 정책적으로 전기차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세금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또 전기차의 배터리에 필요한 전기의 생산을 위해 200MW급 태양열, 풍력 발전소도 짓고 있다. 예정대로 전기차 사업이 성공을 거둔다면 2020년에는 이스라엘의 도로에서 내연기관의 차를 보기 힘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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