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스타트, 대한민국에도 필요한 친환경 장비(2008-10-01)

신차 및 기술 소개
스톱-스타트가 인기다. 국내에서는 낯설게 들리지만 90년대 말부터 상용화가 시작됐으며 최근 들어서는 그 쓰임새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스톱-스타트는 수년 안에 몇 배로 시장이 커질 전망이지만 아직까지 국산차 적용 소식은 요원하다. 스톱-스타트는 주정차 시 자동으로 엔진을 온오프해 최대 15%의 도심 연비 향상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코스트는 저렴한 편이다. 공회전을 하루에 5분씩 줄인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5,050억 원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스톱-스타트 같은 장비의 효용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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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카가 일반 모델 보다 도심에서 연비가 좋은 것은 배터리와 연계되는 스톱-스타트 기능 때문이다. 가다서다가 잦은 구간에 하이브리드의 이런 장점은 더욱 빛을 발하고 만약 배터리의 성능이 좋아진다면 도심 주행 연비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스톱-스타트 기능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그 메리트는 크게 희석된다. 그만큼 도심 주행에서 공회전으로 낭비되는 연료의 양이 만만치 않다.

그럼 스톱-스타트만 있는 건 어떨까. 하이브리드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필적하는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스톱-스타트만한 것이 없다. 스톱-스타트는 시스템의 추가로 인한 무게 증가나 코스트 상승의 부담도 적은 편이다.

평균 5~10% 도심 연비 개선, 0.35초 만에 재시동

스톱-스타트의 선구자는 폭스바겐이고 대중화 시킨 것은 시트로엥이다. 스톱-스타트가 획기적이거나 적용이 어려운 기술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확산이 늦었던 것은 90년대가 ‘좋았던 시절’이었기 하고 그 기능으로 하나로 발생되는 연비 개선 효과에 반신반의했기 때문이다. 또 엔진이 자동으로 꺼지고 켜질 때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점도 이유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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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스타트가 최초로 적용된 모델은 1980년에 나왔던 폭스바겐 폴로 포르멜 E였고, 90년대 들어서는 골프 에코매틱과 루포 3리터에도 선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이 기능은 소비자들에게 환영 받지 못했지만 2000년대 들어오면서 시트로엥을 시작으로 적용 범위가 대폭 넓어지고 있다. 현재는 시트로엥을 시작으로 BMW 같은 고급차 메이커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로 대변되는 BMW의 친환경 전략에서 스톱-스타트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BMW의 스톱-스타트는 NEDC(New European Driving Cycle) 기준으로 6%의 연료 절감 효과가 있다.

시트로엥은 C1, C2, C3까지 소형차 라인업에 적극적으로 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2004년부터 C3에 적용된 스톱-스타트는 센소드라이브 자동변속기에 통합된 것으로 대시보드에는 기능을 해제할 수 있는 ‘Eco’ 버튼이 있다. 시트로엥은 스톱-스타트의 적용으로 도심 연비를 8~10% 높였다고 밝혔다. 시트로엥의 재시동 시간은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경우 0.35초 만에 시동되고, 도심 연비는 10%나 좋아진다. 정체가 극심하다면 최대 15%까지 연비가 좋아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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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작년부터 스마트 mhd에 스톱-스타트를 적용했다. 스마트 mhd는 스톱-스타트의 적용으로 평균 연비 8%, 도심 연비는 13% 개선되었고 CO2 배출량은 112g/km에서 103g/km으로 뚝 떨어졌다. 이 시스템은 발레오와 게이츠 코포레이션이 공동 개발된 것으로 영하 25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재시동이 될 만큼 높은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기아 역시 내년부터 씨드에 스톱-스타트를 적용한다. 이 기술이 적용된 에코 씨드의 1.4리터 가솔린은 CO2 배출량이 145g/km에서 137g/km으로, 1.6 CRDi는 104g/km까지 감소한다.

스톱-스타트 역시 메이저 부품 회사들이 기술을 주도하고 있으며 점유율 면에서는 독일의 보쉬와 프랑스의 발레오가 양분하고 있다. 스톱-스타트는 배기량 줄이기+터보와 디젤 하이브리드, 실린더 컷 오프, 직분사 등과 함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주요 방법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보쉬에 따르면 북미 생활 패턴 기준으로 자사의 스톱-스타트 시스템 적용으로 인해 연비를 약 8%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가솔린에 직분사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보쉬의 시스템은 배터리 잔량이 매우 낮을 경우 재시동의 불량성을 생각해 자동으로 기능이 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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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오는 2004년 출시한 StARS(StARS, Starter-Alternator Reversible System)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StARS는 시트로엥 C2와 C3에 가장 먼저 쓰였고 오토모티브 뉴스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관하는 2006 페이스 어워드(PACE Award)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PSA와 1백 만 개 이상의 스톱-스타트 계약 체결을 체결하기도 했다. StARS(Starter-Alternator Reversible System)는 도심 운행의 경우 CO2 배출량과 연료 소모를 15%나 줄여주는 효과가 있고 어떤 차종에도 쉽게 장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발레오의 StARS는 엔진 컨트롤러를 변경해야 하지만 알터네이터는 그대로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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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트와 맞물린 StARS는 크랭크샤프트를 돌려 엔진을 시동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구조도 간단해 모든 종류의 기어박스에 장착이 가능하다. AT의 경우 별도의 펌프와 유압 라인이 추가된다. 아직까지는 가솔린은 2리터, 디젤은 1.6리터가 적용 가능한 최대 배기량이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엔진에 장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나온다. 독일 ZF는 유압식 추진 기술을 적용한 스톱-스타트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8단 AT와 통합된 ZF의 스톱-스타트는 재시동에 걸리는 시간이 0.35초에 불과하고 출발 시 연료의 소모도 5% 줄었다. 발레오와 보쉬는 작년 기준으로 유럽 신차 중 스톱-스타트를 장착한 비율은 1% 내외에 그치고 있지만 2012년에는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회전 5분 줄이면 연간 101만 톤의 CO2 감소 효과

운전자라면 누구나 정차 시 발생하는 공회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좋든 싫든 현대 사회에서 공회전은 운전의 일부가 됐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대단하다.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나라나 비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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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통부(DOT, Department of Transportation)에 따르면 공회전에서 발생된 연료의 낭비가 매년 70억 리터가 넘는다. 미국 도심 운전자들의 운행 시간 35%가 공회전일 정도이다. 범위를 좁혀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미국의 대형 트럭만 보아도 연간 990만 톤의 연료를 길에다 버린다. 또 연간 990만 톤의 CO2와 16만 3,278 톤의 질소산화물, 4,535 톤의 PM을 방출한다. 캐나다의 경우 차 한 대당 공회전 시간을 5~10분으로 잡았을 때 발생하는 CO2는 4,500톤, 연료는 1.9억 리터가 버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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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의 정도로 따졌을 때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는 어떨까? 일단 서울의 경우 대기오염의 80%가 자동차 매연에서 비롯된다. 이는 자동차 대수가 많기도 하지만 정체가 심해 불필요한 배기가스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자동차 공회전을 하루에 5분씩 줄일 경우 연간 31만 9,008리터의 연료를 아낄 수 있고 이는 5,050억 원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불리는 이산화탄소도 연간 101만 톤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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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내버스는 공회전만 줄여도 연간 262억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럼 재시동에 필요한 연료는 어느 정도일까? 한 국내 조사의 경우 재시동 시 필요한 연료는 6.6초의 공회전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고, 푸조는 약 3~4초라고 밝힌바 있다. 즉, 많이 잡아도 정차 시간이 7초 이상 될 경우 스톱-스타트 기능이 연비에 더욱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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