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BMW와 피아트의 파트너십

칼럼
BMW와 피아트가 소형차를 위한 플랫폼과 부품 공유에 합의했다. BMW와 피아트의 파트너십 체결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똑같이 피아트를 놓고 파트너십 여부를 저울질 했다는 것이다. 피아트를 놓고 메르세데스는 포기한 반면 BMW는 선택했다. 두 회사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2008년 7월 28일

글/한상기

여러 번 언급한 것처럼 새 유럽 CO2 규정을 앞두고 BMW와 메르세데스는 가장 곤란한 상황을 맞고 있다. 두 고급차 메이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고가의 모델이 아닌 많이 팔 수 있는 저 CO2의 소형차이다. 2012년을 대비해 소형차의 개발을 서둘러야 하고 규정 만족을 위한 투자를 위해서 코스트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 초부터 BMW와 메르세데스는 소형차 개발 파트너를 물색해 왔다.

메르세데스는 BMW 보다 먼저 피아트에게 플랫폼 공유를 타진했다. 소형차 개발에 일가견이 있는 피아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코스트를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작년 11월로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없던 것이 됐다. 이유는 벤츠와 피아트가 플랫폼 공유를 함으로서 발생하는 코스트 절감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반면 BMW는 피아트와 손을 잡았다. 내용은 벤츠와 거의 비슷하다. 회사 간의 파트너십이 흔해진 상황이지만 BMW와 피아트처럼 지향하는 시장이 전혀 다른 메이커들의 만남이 다소 생소한 것도 분명하다.

피아트로서는 BMW와의 파트너십이 세르지오 마르치오네가 CEO 부임한 2004년 6월 이후 34번째 파트너십이다. 그만큼 피아트는 회사 재건을 위해 적극적으로 파트너를 물색해 왔고 다양한 쪽에 발을 뻗고 있다.

물론 BMW와 피아트의 관계는 소형차에 국한된다. 앞으로 BMW 산하의 미니와 알파로메오가 부품 공유를 한다는 것이 우선적으로 알려졌고 보다 자세한 부분은 아직 미공개이다. 하지만 차기 피아트 그란데 푼토의 플랫폼은 3세대 미니와 공유할 것이 확실하고 적용 차종도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거기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도 공유한다.

공교롭게도 이 그란데 푼토의 플랫폼은 메르세데스도 타진했었다. 차기 A, B 클래스 개발에 들어가는 코스트를 줄이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시 피아트의 소형 가솔린 & 디젤 엔진과 스마트를 위한 섀시도 협상 대상에 올라있다. 스마트는 단명한 포포의 뒤를 이을 베이비 SUV도 계획하고 있다. BMW 역시 차기 미니 개발을 위해 파트너가 필요했고 전용 플랫폼에 대한 코스트의 문제가 만만치 않다. 피아트와 플랫폼을 공유할 경우 3세대 미니는 현재의 30만대에서 1백만 대까지 생산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북미에 재진출하는 알파로메오는 매장도 미니와 공유한다. 즉, 미니 딜러에서 알파로메오도 판매하는 것. 2010년부터 미니와 알파로메오는 돈독한 사이가 된다. 피아트는 북미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알파로메오의 판매망을 물색해 왔다. 한때 재규어, 랜드로버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브랜드간의 격차가 너무 포기한 상태. 하지만 미국의 미니는 판매 네트워크가 더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알파로메오로서는 더 좋은 결과가 됐다. 한편에서는 코드네임 940으로 알려진 알파로메오의 5도어 해치백이 미니의 판매를 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BMW와 피아트가 손을 잡고 부품을 공유할 경우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이미지 면에서는 BMW의 손해다. 이는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예와 비슷하다. 하지만 규제 강화,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 원자재 값 상승이라는 여러 악재를 위해서는 파트너십이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는 이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BMW와 메르세데스의 파트너십 소문도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메르세데스는 BMW와의 플랫폼 공유 가능성은 열어 놓고 있었다. 공유의 범위는 플랫폼을 넘어서 엔진과 변속기까지 포함이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은 현재로서는 흔적도 없어졌고 피아트와의 합작으로 인해 완전히 가능성이 소멸된 상태이다. 메르세데스는 이미 현재의 샌드위치 플랫폼을 포기 한다 밝혔고 헝가리에서 단독으로 새 소형차를 생산할 방침이다.

각 회사 간의 파트너십 체결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단독으로 모델과 파워트레인을 개발하는 메이커가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하지만 BMW 같은 고급 메이커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파트너십이 쉽지 않고 자칫 하향평준화라는 역효과도 낳을 수 있다. BMW와 피아트의 합작은 최근 들어 메이커들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그만큼 심하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소형차 개발이라는 명제를 놓고 BMW와 메르세데스는 다른 길을 택했다.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도 지켜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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