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의 딜레마, 아이덴티티 전환의 기로에 서다(2008-08-07)

칼럼

토요타의 사이언 브랜드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사이언은 출범 후 2년 동안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당초 계획대로 젊은 고객층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고 이로 인해 미국의 저가 시장을 장악했던 현대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았다. 런칭 초기 사이언 오너의 80%는 토요타를 소유한 적이 없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된 적이 있다.

글 / 한상기

하지만 그 2년 이후에는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3월까지는 17개월 연속 판매 하락이라는 부진을 겪었고 런칭 이후 연간 판매도 매년 떨어졌다. 한창 토요타가 잘 나갈 때도 사이언 브랜드는 그룹 내의 그늘이었다. 유가가 급등한 4월과 5월에는 일시적으로 판매가 41.5%, 28.4% 뛰긴 했지만 이후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2006년만 해도 사이언의 월간 판매는 1만 5천~2만대 사이를 유지했지만 현재는 1만대를 넘기 힘들다.

사이언의 부진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경쟁 상대가 늘어난 것이다. 런칭 당시만 해도 비슷한 가격대의 차종은 현대 엑센트와 기아 리오였지만 지금은 혼다 피트, 닛산 버사 등과 경쟁해야 한다. 앞으로 비슷한 급의 소형차가 더욱 늘어날 예정이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은 자명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너무 젊은 브랜드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사이언 부진의 한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사이언의 판매가 좋았던 시기에는 애초 목표였던 18~24세의 고객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2006년 이후부터 고객층의 나이가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지만 토요타는 여전히 젊은 브랜드라는 것을 강조한 것에서 마케팅 포인트가 빗나가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사이언의 한 관계자는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를 다시 런칭한다면 예전처럼 니치가 아닌 새로운 슬로건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사이언 오너의 연령층은 젊지 않다.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평균 연령층이 가장 낮긴 하지만 xD만 보더라도 37~42세 사이이고 xB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유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연비 좋은 소형차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사이언 모델 중에서는 오직 tC만이 평균 연령 24세를 유지하고 있다. 재작년 해도 사이언 오너의 평균 연령은 31세였다.

브랜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아직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우선은 신차 출시로 판매 부진을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2006년만 하더라도 토요타는 여유가 있었다. 당시 짐 프레스 사장은 사이언의 모델 라인업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볼륨이 이 이상 늘어나게 되면 사이언 브랜드가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이 손상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더 이상 판매 하락을 간과할 수는 없는지 소형 크로스오버와 하이브리드를 내년 초 내놓겠다고 했다.

니치 브랜드를 표방하고 출범했던 사이언은 불과 5년 만에 브랜드의 컨셉트 자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그만큼 업계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자동차 메이커에게 어려운 시기이다. 사이언은 기존 타이틀을 지키자니 차가 안 팔리고 성격을 바꾸자니 돈이 든다는 기로에 있다. 자동차 메이커에게 시련의 시대인 요즘, 토요타가 어떤 방식으로 사이언 브랜드를 운영할지도 관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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