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당 마력, 엔진 능력의 또 다른 척도(2008-10-14)

칼럼

엔진의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로는 리터당 마력이 있다. 흔히 말하는 자연흡기의 리터당 100마력은 최고 수준의 엔진 효율을 뜻하지만 쓰임새가 한정된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리터당 80마력만 넘어도 상당한 수준이다. 승용차에는 낮은 회전수에서 나오는 리터당 10.0kg.m의 토크가 더 중요하고 기어비와의 매칭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가솔린 터보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엔진의 리터당 마력 역시 크게 높아지고 있다.

글 / 한상기

자연흡기 또는 터보이던 간에 엔진의 출력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다. 신차 출시 때도 출력을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엔진의 능력을 알 수 있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리터당 발휘하는 마력의 수치에 초점이 맞춰진다. 터보가 많아지면서 자연흡기의 리터당 마력 개념이 퇴색되는 감은 있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부분인 것은 확실하다.

가솔린 엔진의 리터당 마력은 가변 밸브 타이밍 기술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DOHC가 확산된 이후 VTEC을 앞세운 혼다가 가장 먼저 선보였고 이후 다른 메이커들도 비슷한 방식을 다투어 채용하면서 전체적인 출력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리터당 마력을 자랑하는 혼다의 VTEC은 DOHC 보다 SOHC가 더 많다.

자연흡기 가솔린에서 리터당 마력을 끌어올리기 힘든 이유는 왕복 운동을 하는 엔진의 기계적인 특성에 있다. 쉽게 생각하면 마력은 높을수록 좋다. 하지만 마력을 많이 뽑아낼수록 최대 출력이 발생하는 회전수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발생 회전수가 높아지면 최대 토크의 회전수도 같이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어서 차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득 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연흡기 가솔린의 정점으로 불리는 리터당 100마력은 오래 전에 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서도 리터당 100마력 엔진은 의외로 많이 없다. 자연흡기 가솔린으로 리터당 100마력 엔진을 살펴보면 최대 출력이 나오는 회전수는 무조건 7천 rpm이 넘어간다. 그 이하에서는 리터당 100마력 엔진이 없다.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7천 rpm 이하에서 리터당 100마력을 뽑는 재주는 없는 셈이다. 이는 최근에 나온 M3의 V8, RS 4의 V8, S2000의 4기통 등만 봐도 쉽게 알 수 있고 값비싼 수퍼카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론적으로 엔진은 회전수를 높일수록 높은 마력을 뽑을 수 있다. F1 엔진이 2.4리터로 750마력을 뽑아낼 수 있는 것도 회전수를 1만 9천 rpm까지 돌리기 때문이다. 이런 예는 특별한 경우이고 양산차에는 9천 rpm이 회전의 한계치로 볼 수 있다. 물론 8천 rpm까지 쓰는 양산차도 매우 드물다.

이렇듯 회전수를 높이게 되면 출력은 높일 수 있지만 적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진다. 출력과 토크의 발생 시점이 점점 위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이 발생 시점이 높아질수록 저회전 때 토크가 떨어지게 된다. 또 고회전을 사용하게 되면 연료 소모도 비례하게 되니 불특정다수가 운전하는 양산차 특히 승용차에는 부적절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터당 100마력의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스포츠 모델에 주로 쓰이고 지금도 보유 메이커가 생각 보다 별로 없다. 아우디는 RS 4에서야 처음 나왔고 벤츠는 없다. 물론 그동안 과급 장치를 즐겨 사용했던 메이커는 못 했다기 보다는 안 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자연흡기 엔진하면 우선 생각나는 메이커가 있다. 바로 혼다와 BMW이다. 두 메이커는 고집스럽게 자연흡기를 고수했고 일찍이 리터당 100마력이 나왔다. 똑같이 자연흡기를 위주로 했지만 디테일은 조금 다르다. 혼다는 4기통과 세단에도 리터당 100마력 엔진을 올렸고 BMW는 6기통과 M 버전에만 사용해 왔다.

혼다는 90년대 초반 1.6리터로 160마력, 1.8리터로 195마력을 뽑아내 시빅과 인테그라 등에 사용했다. 혼다의 리터당 100마력이 스퀘어 또는 숏 스트로크인 것에 반해 BMW의 E46 M3 엔진까지는 롱 스트로크에 가까웠다. 배기량이 커지고 엔진 형식이 직렬에서 V로 바뀐 현 V8과 V10은 고회전에 유리한 숏 스트로크로 바뀐바 있다. 일반적으로 보어×스트로크에 따라 엔진의 특성도 결정되는데, 혼다와 BMW의 접근이 달랐던 것은 차의 무게와 관련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회전수를 올려 출력을 높이면 파워 밴드가 위로 이동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가변 밸브 기술로 커버한다고 하지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차체 중량이 낮은 게 중요하고 초반 기어비도 이에 맞춰야 한다. 즉 단순하게 리터당 100마력만 뽑아낸다면 쓸 수 있는 용도는 좁아지는 것이고 보이는 것만큼 내용이 화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메이커의 마케팅 도구로 효과적인 면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어쨌든 리터당 마력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V6 3.5리터급만 보아도 최근 들어 출력이 부쩍 높아졌다. 의외로 들리겠지만 이 클래스에서는 크라이슬러의 3.5리터가 가장 높은 편이었다. 처음 나왔을 때 253마력은 리터당 72마력으로 상당히 훌륭했지만 그후 10년 여 동안 개선이 없었기에 현재로서는 평범한 수준이다. 최근 나온 6기통 3.5리터급 엔진을 본다면 직분사 등이 추가되어 출력이 크게 높아지면서 V8의 성능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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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수치들에서 알 수 있듯 리터당 마력은 비싸고 최신 유닛일수록 높다. 물론 리터당 마력은 엔진 능력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고 실제 운전 느낌은 다른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리터당 토크의 개념이 있지만 단순히 수치가 높은 것 보다는 발생 회전수를 낮추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최대 토크의 발생 회전수를 낮추기 어려운 것은 리터당 100마력 엔진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리터당 100마력의 대부분은 리터당 토크가 10.0kg.m을 넘어가지만 발생 시점은 5천 rpm이 넘는다. 오히려 패밀리카에는 출력은 낮아도 4천 rpm 전후로 발생하는 리터당 10.0kg.m의 세팅이 더 권장되고 그만큼 쉽지 않다.

최근에는 가솔린 터보가 늘어나면서 자연흡기에 통용되던 리터당 마력의 개념이 다소 희석되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솔린 터보의 출력은 쉽게 리터당 100마력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저압 터보라는 어느새 접하기 어려운 말이 됐다. 한 예로 요즘 나온 2리터 터보는 200마력이 거의 기본이다.

그리고 요즘의 디젤은 100%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터보가 기본화 됐기 때문에 토크가 아닌 출력 면에서도 가솔린을 위협하고 있다. 오늘날의 디젤 터보들은 기본이 리터당 85마력을 뽑아내고 있다. 2리터 클래스만 해도 130~150마력이 주류였지만 최신 유닛들은 170마력도 쉽게 달성한다. BMW의 4기통 트윈 터보는 디젤 엔진 처음으로 리터당 100마력을 발휘한다. 현재의 트렌드는 배기량 줄이기+터보 또는 기통수 줄이기+터보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엔진들의 효율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질 전망이다.

오토모티브 뉴스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리터당 마력과 토크가 가장 높은 메이커는 메르세데스-벤츠이다. 과급을 주로 사용하고 디젤 엔진을 많이 보유한 메이커의 순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가솔린과 디젤을 모두 아우른 수치이며 여기에는 하이브리드의 전기 모터의 출력과 SUV는 제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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