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한상기
변속기의 트렌드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면 AT의 다단화와 듀얼 클러치이다. 한때 불붙었던 AT의 다단화 전쟁이 잠시 소강 상태인 반면 듀얼 클러치는 채용하는 메이커가 경쟁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듀얼 클러치는 폭스바겐만의 전유물이자 무기였지만 이제 많은 메이커의 차종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DCT(Dual Clutch Transmission)로 통용되는 듀얼 클러치의 쓰임새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강력한 규제에 대응할 수 있고 성능과 편의성을 모두 제공하기 때문이다. 듀얼 클러치는 수동과 자동의 장점만을 모은 새로운 타입의 변속기. 이미 폭스바겐의 DSG를 통해 성능은 입증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DCT를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클러치가 2개 내장된 수동 기반의 클러치리스 변속기라고 말할 수 있다. 페달은 2개로 일반 AT와 동일하지만 기계적인 구조는 수동에 기반을 두고 있어 편의성과 성능을 모두 만족한다. 폭스바겐만 보아도 수동과 DSG의 차이(연비, 배기가스, 성능 등)가 거의 없고 일부 항목에서는 앞서기도 한다.
듀얼 클러치는 21세기가 돼서야 상용화가 시작됐지만 처음 개발된 때는 1930년대 후반이다. 안돌페 케그레세가 개발한 듀얼 클러치는 원래 시트로엥의 트락숑 아방을 위한 것이었지만 기술의 부족으로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고 자동차에 처음 쓰인 것은 한참 후인 포르쉐의 956, 962 레이싱카, 아우디의 스포트 콰트로 S1 정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DCT는 일반 승용차에 쓰인 예가 없었다.
알려진 것처럼 DCT의 실질적인 시작은 폭스바겐의 DSG이다.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보그워너의 라이센스로 골프와 아우디 TT 3.2 등에 쓰인 게 처음이다. DSG의 장점으로는 기어의 직결감과 높은 동력 전달 효율이 꼽히고 단점에는 비싸고 구조가 복잡하며 대응 토크가 낮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른 기술과 달리 폭스바겐 이후 다른 메이커가 DCT를 적용하기에 시간이 걸린 결정적인 이유는 코스트이다. 초기의 DCT는 대응 토크가 높지 않아 200마력 내외가 한계였다. DCT의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200마력 아래의 차에 적용하기에는 차량 가격 상승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카셀에서의 대량 생산을 통해 코스트 저감을 이뤄낸 것이 돋보이는 점이다. 대응 토크가 높아진 최근에는 적용 메이커가 BMW, 벤츠, 미쓰비시, 닛산, 포드, 볼보, 크라이슬러 등으로 대폭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폭스바겐처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메이커는 없다.
변속기에서도 부품 회사의 중요성이 중요해지는 시기지만 DCT에서는 더욱 그렇다. DCT의 원천 기술을 미국의 부품 회사 보그워너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DCT는 보그워너로부터 라이센스 생산 또는 모듈을 공급받는다. 일반적으로 자동변속기를 완전히 새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1억 달러가 투자되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가가 더 높은 DCT는 전문 업체에게 공급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
현재 듀얼 클러치를 생산하는 회사는 보그워너와 게트락, 폭스바겐, ZF 정도이다. DSG와 아우디 S-트로닉은 보그워너 라이센스로 폭스바겐이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포드와 미쓰비시, 닛산, BMW, 크라이슬러, 페라리는 게트락에서 공급받고 있다. 반면 포르쉐 911과 차후 벤츠에 쓰일 8단 DCT는 ZF가 공급한다. 각 회사에 모듈을 제공하는 보그워너는 듀얼트로닉이라는 이름으로 변속기를 출시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저가형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2010년이 지나면 현대와 SAIC 같은 메이커도 보그워너로부터 DCT를 공급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리의 변속기 메이커 그라치아노도 내년에 DCT를 출시한다. 그라치아노의 DCT 프로토타입은 올해 초 베를린에서 열린 CTI 트랜스미션 심포지엄에 소개된바 있다. 그라치아노가 출시할 DCT는 7단 방식으로 허용 토크가 76.3kg.m 이상이다. 즉 고성능 스포츠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라치아노는 DCT 개발을 위해 리카르도 출신의 엔지니어로 구성된 VDC(Vocis Driveline Controls)를 인수했다. VDC의 멤버들은 리카르도 재직 시 부가티 베이론과 크라이슬러 ME 포-트웰브 컨셉트카에 쓰였던 7단 DCT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들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건식 타입의 DCT는 현존하는 변속기 중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있다. 현재 건식 타입의 DCT는 폭스바겐의 7단 DSG 뿐이다. 이 7단 DSG의 건식 클러치는 독일의 LuK(Lamellen und Kupplungsbau)가 공급한 것으로, 기존의 습식 6단 DSG, MT와 비교 시 연비가 각각 10%, 6%나 좋다. LuK는 듀얼 매스 플라이 휠과 토션 댐퍼도 공급했다. 건식 클러치는 작동 시 충격이 심해 일반 승용차에는 적당치 않고 대응 토크도 낮지만 기술이 발전한다면 DCT의 주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피아트는 2010년 35.0kg․m의 토크에 대응할 수 있는 C635 DDC(Dual Dry Clutch)를 내놓는다.
적용 차종이 적을 뿐 이제 대부분의 메이커가 듀얼 클러치를 채용하고 있다. CSM 월드와이드에 따르면 2012년이 되면 유럽 신차의 DCT 장착율은 7.5~8.5%까지 올라가는 등 듀얼 클러치는 변속기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최근에 선보인 각 메이커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
최근에 선보인 듀얼 클러치를 살펴보면 대부분 7단이다. DCT도 6단에서 7단의 시대를 맞은 것. 거기다 대응 토크도 훌쩍 높아져 AMG와 M 버전 같은 고출력 모델에도 사용되고 있다. 현재로서 DCT의 최고봉인 건식 타입은 폭스바겐의 7단이 유일하지만 점차 적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우디 7단 S-트로닉
아우디의 대용량 7단 S-트로닉은 Q5에 첫 선을 보인다. 이 신형 7단 S-트로닉은 A3와 TT 등에 쓰이고 있는 6단 DSG를 대신하게 되며 이전 보다 허용 토크가 대폭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생산은 폭스바겐의 독일 카셀 공장에서 진행된다.
7단 S-트로닉은 허용 토크가 늘어나면서 적용 범위도 동시에 늘어났다. 현재의 6단 DSG는 허용 토크가 35.6kg.m이어서 적용 차종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7단 S-트로닉은 허용 토크 가 56.1kg.m으로 대폭 늘어나 대배기량 가솔린과 디젤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허용 토크가 늘어난 이유는 냉각 시스템을 개선한 것은 물론 트윈 클러치에 공급되는 윤활유의 양을 두 배로 늘린 것에 있다. 신형 S-트로닉은 아우디 콰트로의 세로 배치 엔진에 맞게 디자인되었고 최대 회전수는 9천 rpm에 달한다. 아우디는 7단 S-트로닉을 유럽 버전에만 공급할 계획이다.
BMW 7단 M-DCT
BMW는 SMG(Sequential M Gearbox) 대신 7단 M-DCT((M Double-Clutch Transmission)를 신형 M3에 올렸다. 1996년 SMG(Sequential M Gearbox)를 E46 M3에 처음 적용한 것처럼 7단 M-DCT도 E92 M3에 첫 선을 보이게 된다.
게트락과 BMW가 공동 개발한 7단 M-DCT의 최대 회전수는 9,000rpm에 달해 M3의 고회전 V8 엔진에 특화된 변속기이다. V8 엔진의 9,000rpm에 대응할 수 있는 듀얼 클러치는 BMW의 7단 M-DCT가 처음이다. M-DCT는 총 11개의 드라이브 모드가 제공되고 여기에는 최적의 순발력을 보장하는 런치 컨트롤도 포함되어 있다.
D에서는 5가지, S 모드에서는 6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고 일반 AT처럼 완전 자동 모드도 가능하다. D5 모드의 경우 변속 프로그램은 레이스카처럼 적극적으로 변하고 엔진이 최대 회전수에 도달하기 전에는 변속을 자제한다. 반면 D1 모드는 컴포트 성향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S 모드에는 최적의 변속 타이밍을 위해서 8개의 LED를 마련했고 이 시프트 라이트는 M드라이브 버튼으로 끄거나 켤 수 있다. 두 개의 클러치는 유압 모듈과 통합되어 있으며 토션 댐퍼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드라이 섬프 윤활 시스템은 수명이 반영구적일만큼 내구성이 좋다. 이 7단 M-DCT는 하우징의 크기도 6단 MT와 동일할 만큼 컴팩트하다.
메르세데스 AMG 7단 MCT
메르세데스-벤츠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한 2009년형 SL63 AMG에 7단 MCT(Multi‑Clutch Technology)를 처음 선보였다. 메르세데스의 MCT는 수동 보다 빠른 변속 능력이 특징이고 자동 모드에서는 컴포트와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3가지 모드 내장되어 있다.
7단 MCT의 스포트 모드는 컴포트 보다 변속 시간이 20% 빨라지며 스포츠 플러스는 여기서 20%가 더 단축된다. 그리고 수동 모드에서는 스포트 플러스 보다 10% 더 빨라진다. 수동 모드의 변속 시간은 0.1초에 불과하다. 그리고 최적의 순발력을 제공하는 레이스 스타트 기능도 내장되어 있으며 최대 대응 회전수는 7,200rpm에 달한다. 7단 MCT의 무게는 80kg으로 7G-트로닉 보다도 가볍다. SL63 AMG의 0→100km/h 가속 시간은 4.6초, 250km/h에서 제한된다.
포르쉐 PDK
이번에 부분 변경된 997의 부분 변경 모델은 포르쉐 최초의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 PDK(Porsche-Doppelkupplung)가 핵심이다. PDK는 기존 팁트로닉의 편의성과 수동변속기의 장점만을 모았고 자체 중량도 팁트로닉 보다 10kg 가볍다. PDK가 나오면서 기존의 5단 팁트로닉은 단종된다.
PDK에는 스로틀 반응이 향상되고 스티어링이 무거워지는 스포트 모드도 내장된다. 또 변속 타이밍도 가장 빠르게 세팅될 뿐 아니라 PSM의 개입 시기도 늦춰진다. PDK의 최고 회전수는 8천 rpm, 대응 토크는 45.8kg.m으로 포르쉐의 자연흡기 엔진에는 모자람 없는 성능을 갖고 있다. 총 중량은 120kg이다. PDK를 갖춘 카레라의 0→100km/h 가속 시간은 4.7초, 카레라 S는 4.5초로 6단 MT 보다 0.2초가 빠르다. 카레라 S의 경우 런치 컨트롤이 포함된 스포트 크로노 플러스를 선택할 경우 0→100km/h 가속 시간을 4.3초까지 줄일 수 있다.
직분사와 PDK가 적용된 카레라 쿠페는 연비가 12.3km/L, 카레라 S는 10.9km/L로 소폭 상승했고, CO2 배출량은 각각 15%씩 줄어들었다. 카레라 3.6리터의 경우 CO2 배출량이 225g/km에 불과하다.
볼보 파워시프트
볼보는 파워시프트로 듀얼 클러치의 대열에 동참했다. 파워시프트는 볼보의 첫 듀얼 클러치로 2.0D 엔진의 C30과 S40, V50에 적용된다. 두 개의 습식 클러치가 적용된 파워시프트는 각각의 클러치가 홀수와 짝수 기어를 번갈아 맡아 동력 손실이 최소화 된다. AT와는 달리 토크 컨터버터와 유성 기어가 없어 수동에 근접한 효율을 갖췄으면서도 기어트로닉의 편의성까지 동시에 잡았다. 파워시프트의 대응 토크는 45.6kg.m으로 차후 다른 디젤 엔진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워시프트가 적용된 136마력 2.0D 엔진의 C30, S40, V50은 0→60마일(96.6km/h) 가속 시간은 각각 9초, 9.1초, 9.2초로, 6단 MT(8.8초, 8.9초, 9초) 버전 보다 순발력은 조금씩 떨어진다.
폭스바겐 7단 ‘건식’ DSG
DCT 중에서도 최고는 건식 타입의 듀얼 클러치이다. 폭스바겐이 2008년형 골프와 제타에 얹은 7단 DSG(코드네임 DQ200)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건식 듀얼 클러치이다. 건식은 기존의 습식 보다 한층 효율이 높다. 습식은 한 쌍의 클러치가 오일에 젖어 있는 방식이지만 건식은 사용되는 오일의 양이 대폭 줄어든다. 기존의 6단 DSG의 오일이 7리터였던 것에 반해 7단은 1.7리터만이 필요할 뿐이다. 따라서 무게도 가벼워졌을 뿐 아니라 부피도 줄어들었다. 자체 중량도 79kg에 불과하다.
단점은 건식 클러치의 대응 토크가 25.4kg․m에 불과해 현재로서는 122마력의 1.4 TSI와 1.9 TDI에만 적용할 수 있다. 이 7단 DSG에는 언덕길 밀림 현상을 막아주는 힐-홀드 기능까지 더해졌다. 7단 DSG의 골프 1.4 TSI는 6단 수동과 비교 시 연비는 1.27km/L, CO2 배출량은 139g/km으로 10g 줄어들었다. 이 7단 DSG의 건식 클러치와 토션 댐퍼는 독일 셰플러 그룹의 자회사 LuK가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