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CO2 저감, CO2 배출량에서 승부가 갈린다(2008-09-11)

칼럼

요즘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화두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CO2를 들 수 있다. CO2를 논하지 않고는 현재의 트렌드를 말할 수 없고 모든 정책과 규제가 이를 따라갈 정도이다. CO2는 범세계적으로 규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발등에서 활활 타고 있는 불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CO2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는지, 배출량이 얼마인지에 따라 브랜드와 차의 가치가 정해진다.

글 / 한상기

CO2 때문에 자동차 업계가 들썩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배기가스 중에서는 CO2 보다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많지만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지구온난화를 먼저 막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지구온난화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예상 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물론 모든 산업 분야에서 강력한 규제가 실행되고 있다.

CO2 저감은 교토 의정서의 핵심 중 하나이다. 교토 의정서에는 온실 효과를 일으키는 CO2를 1990년 수준으로 떨어트린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는 자동차 업계에 대단히 큰 부담이다. 10년 전에 유럽 메이커들은 2008년까지 평균 CO2 배출량을 140g/km까지 떨어트리겠다고 자발적으로 합의했지만 현 분위기로는 어림없는 소리이다. 2012년 120g/km 규정과 작년 유럽 업계 전체의 평균 158g/km을 비교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남은 시간은 4년 밖에 없고 CO2는 38g이나 된다. 최근 들어 직분사, 가변 밸브 타이밍, 다운사이징+터보, EPS, 적응형 오일 & 워터 펌프, 스톱-스타트 기술, 시프트 라이트 등이 적용된 차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이다. 이른바 티끌 모아 태산인 셈이다.

2012년까지 유럽 CO2 규정을 맞추는 것이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이미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차량 가격을 유지하면서 맞추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르노는 CO2 배출을 130g/km 수준으로 낮춘다면 추가로 3,000유로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소형차에 3,000유로의 코스트 상승은 비현실적인 일이다. 일예로 단종된 아우디 A2 1.2 TDI는 CO2 배출량이 겨우 81g/km에 불과했다. 양산차 중 CO2 배출량이 가장 적은 포드 피에스타 에코네틱(98g/km)에 비교해 보아도 대단히 낮은 수치이다. A2는 올 알루미늄 보디를 채용해 무게를 크게 줄였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비싼 가격으로 판매에는 실패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메이커마다 입장 차이가 갈린다. 가장 난색을 표하는 메이커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이다. 소형차가 부족한 두 회사는 저 수치를 만족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라인업이 2리터 이상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피아트 같은 메이커와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EC는 전체 라인업의 평균을 맞추면 된다고 말하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BMW나 벤츠는 CO2를 엄청나게 배출하는 M 버전과 AMG를 유지해야 하고 고급 모델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상쇄할 만한 초저배기차를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미니와 A 클래스는 두 회사에게 꼭 필요한 모델이 됐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소형차의 개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BMW와 벤츠가 가장 힘들다고 한 이유는 CO2 규정이 브랜드가 아니라 제조사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폭스바겐 산하의 아우디는 BMW나 벤츠와 달리 큰 부담이 없다. 폭스바겐이 친환경적인 소형차를 충분히 만들고 있다. 아우디의 입장은 토요타의 렉서스와 같다.

규정 만족에 투자되는 금액이 너무 부담이 된다면 차라리 벌금을 택하는 메이커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유럽 CO2는 그리 만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친환경이라는 회사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엄청나다. BMW와 다임러는 차체 중량에 비례하는 차등 적용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이다. 이 CO2와 관련해서는 메이커 사이의 갈등도 있다. 단 1년 사이에 푸조, 피아트, 폭스바겐 등은 2012년 120g/km 규정을 ‘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사이 CO2 배출을 많이 끌어내린 것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실제로 피아트는 유럽 메이커 중 평균 CO2 배출량이 가장 낮은 메이커이다. 피아트는 2006년의 144g/km에 이어 작년에는 141g/km으로 PSA와 함께 유럽 메이커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폭스바겐도 산하 브랜드의 신차 평균이 120g/km 부근까지 떨어졌다.

미국 CAFE처럼 유럽도 CO2 규정을 못 맞출 경우 벌금을 내야한다. EC의 초안에 따르면 2012년부터는 CO2 1g 당 20유로의 벌금이 매겨지고 2015년에는 1g 당 95유로로 높아진다. 이는 유럽 내 판매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2006년의 판매 대수와 초과 CO2로 가정할 경우 피아트는 2012년 1억 6,800만 유로, 2015년에는 8억 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거기다 EU는 2020년부터는 평균 CO2 배출량을 95g/km까지 낮출 것으로 고려 중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2020년에 나오는 모든 신차는 현재 보다 연비를 두 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

거기다 올해 들어 폭등한 국제 유가 때문에 좋았던 시절은 완전히 갔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서 불붙던 고출력 경쟁은 이미 아득한 추억이 될 정도이다. 국제 유가와 규제 때문에 고출력 차들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포르쉐도 안심할 처지가 아니다. 스포츠카를 전문으로 하는 포르쉐지만 연간 생산 대수가 10만대를 넘어가 더 이상 면제 대상이 아니다. 포르쉐가 폭스바겐을 인수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배기가스 문제가 유럽에만 국한된 문제는 물론 아니다. 부시 정권이 자동차 메이커들의 거센 반발로 강경한 배기가스 규제를 잠시 늦추긴 했지만 캘리포니아 주로 대변되는 미국의 규정은 가장 강력하다. 규제의 아이콘 역할을 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는 4년 전에 2016년까지 승용차와 트럭에서 나오는 CO2의 양을 각각 25%, 18%씩 줄여야 한다고 발표했고 다른 9개 주도 동일한 규정을 채용할 뜻을 비쳤다. 거기다 미국 역시 새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법을 확정지었다. 연비와 CO2 배출은 직접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평균 연비를 올리는 CAFE 역시 결과적으로는 유럽 규정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현재 기술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 돼

많은 메이커들이 끊임없이 차세대 동력원을 제시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부터 전기차, 연료 전지, 태양열까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다 나오고 있다. 궁극적인 대안으로는 연료 전지가 가장 우세를 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뜬구름 잡는 얘기이다. 여전히 완벽한 상용화를 위해서는 10년의 세월이 걸려야 한다는 게 중론. 결국 결정적 대안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기술을 높이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CO2 배출량이 가솔린 보다 낮은 디젤은 상당수의 모델이 120g/km에 근접해지고 있다. 하지만 C 세그먼트에 올라가는 가솔린은 디젤보다 어렵다. BMW 120만 하더라도 피에조 인젝터와 가변 밸브 타이밍 등의 최신 기술이 적용되었음에도 규정치를 훌쩍 넘어간다. 하지만 가솔린은 디젤보다 엔진 자체가 가볍고 코스트가 적어 소형차에는 여전히 메리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가솔린의 트렌드 중 하나는 다운사이징 터보이다. 배기량을 줄이는 대신 터보를 더해 출력에 손해를 보지 않고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이다. 한 예로 피아트는 1.6 & 2리터 4기통을 없애고 1.4리터 터보를 새로 개발했다. 가장 최근에는 GM이 시보레 크루즈에 얹기로 한 1.4 터보와 포드의 에코부스트도 같은 맥락이다.

토요타는 30년간의 R&D를 통해 얻은 하이브리드 기술에 올 인하는 분위기다. 하이브리드는 여전히 소형차에 얹기에는 코스트가 부담되지만 모든 모델의 하이브리화라는 작전을 착실히 이행해 나가고 있다. 이는 다운사이징 터보와 비슷해 V6 대신 4기통 하이브리드, V8 대신 V6 하이브리드로 대체한다는 전략이다.

현 시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기술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고 이중에서 출시가 임박한 GM의 시보레 볼트가 가장 돋보인다. 플러그-인은 짧은 거리에서는 배터리만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전혀 없고,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기 때문에 항속 거리를 늘리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외부의 소켓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것이 현재의 하이브리드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다.

배기가스와 자동차의 무게를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메이커들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큼 무게를 줄이는 것에 힘쓰고 있다. 얼핏 경량화는 쉬울 것처럼 들리지만 기술 개발만큼이나 어렵다. 세대가 진행될수록 차체는 커지고 편의 장비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동안 자동차의 무게는 평균 15% 무거워졌다. 미 EPA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자동차의 평균 무게는 1987년의 1,460kg에서 1,878kg로 늘어났고 출력은 118마력에서 219마력으로 100마력 넘게 높아졌다. 하지만 연비는 8.92km/L에서 9.39km/L로 상승해 메이커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한편에서는 자동차 업계에게 너무 과도한 짐을 지운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메이커와 환경론자의 말이 엇갈린다. 작년 미국 빅3와 6개의 수입 메이커는 미국 내 승용차가 방출하는 온실 가스는 전체의 0.13% 불과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공장과 실내 히터, 발전소, 그리고 자동차를 모두 합쳐야 전체의 4%에 그친다는 것. 그에 반해 배기가스를 줄이는 것에는 가장 많은 투자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회사가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연간 지출하는 돈은 미국에서만 연간 15억 달러, 전 세계적으로는 39억 달러라고 알려져 있다.

반면 WRI(World Resources Institute)는 전 세계 온실 가스의 25%는 전기 생산과 자동차의 운행에서 발생된다고 발표했다. 또 2006년 4월에 나온 DAA(David Gardiner & Associates)의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는 세계 탄소산화물의 12%를 발생하고 미국 CO2의 20%를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지구상의 자동차 숫자는 현재의 3배에 가까운 20억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로 대변되는 브릭스 국가는 인제 시작하는 단계여서 그때가 되면 자동차 평균 연비는 25km/L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규제는 기술을 낳는다고 했다. 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동차 메이커들은 규정에 대해 너무 무리하다고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결국에는 해내고 말았다. 자동차의 역사는 규제와 기술의 경주이기도 했다. 유럽 CO2 규정은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결국에는 모든 메이커가 규정을 만족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브랜드와 자동차의 가치는 CO2 배출량이 척도가 될 것이고 이미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