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력당 무게비, 경량화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2008-10-10)

칼럼
마력당 무게비는 쉽게 말해 1마력이 감당하는 차의 무게이다. 1마력이 감당하는 차의 무게가 낮을수록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여서 마력당 무게비의 수치가 낮은 만큼 성능에 반영된다. 구하는 공식은 차체 중량을 엔진의 마력으로 나누면 된다. 즉, 차체 중량 1,000kg인 자동차가 100마력의 엔진을 얹고 있다면 10:1(kg/마력)이 된다. 만약 엔진의 출력이 차체 중량 보다 높다고 가정한다면 F1 머신처럼 1:1 이하가 된다.

보통 마력당 무게비가 6:1 내외면 고성능 자동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국산차는 제네시스 BH380(5.9:1) 정도이다. 투스카니(2.0 MT)는 9.3:1 정도이고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2.0 터보)는 7.1:1, 출력은 비슷하지만 중량이 150kg 이상 가벼운 골프 GTI는 6.64:1이다. 7.2:1의 GM대우 베리타스와 6.4:1의 체어맨 W도 좋은 편에 속한다.

때문에 애써 출력을 올리지 않더라도 차량의 무게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고성능을 얻을 수 있다. 로터스 엘리스의 베이스 모델은 출력이 136마력에 불과하지만 860kg의 경량 차체 때문에 마력당 무게비가 6.3:1이다. 순발력을 논할 때 흔히 거론되는 0→100km/h 시간은 5.8초로 비슷한 수치의 차들 보다 빠른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최근 출시된 주요 신차들의 마력당 무게비 : 단위(kg/마력)

● 기아 소울 1.6 – 9.59:1
● 기아 포르테 1.6 – 9.55:1
● GM대우 베리타스 – 7.2:1
● 현대 제네시스 쿠페 2.0 터보 – 7.1:1
● 쌍용 체어맨 W – 6.4:1
●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 5.5:1
● 인피니티 G37 세단 – 5.0:1
● 크라이슬러 300C SRT8 – 4.61:1
● BMW M3 – 3.9:1
● 포르쉐 911 카레라 S – 3.7:1

익히 알려진 얘기지만 높은 마력이 곧 빠른 가속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출력이 높아도 중량이 많이 나간다면 그 장점은 그만큼 퇴색되기 때문에 이왕이면 가벼운 쪽이 더욱 많은 메리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볼 때 가벼운 차는 무거운 차 보다 가속력과 연비, 핸들링, 능동적 안정성, 승차감까지 거의 대부분의 항목에서 우위에 있다. 그래서 오늘날의 메이커들은 신기술 개발만큼이나 경량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차체 중량은 가격과 풀 모델 체인지 될 때마다 반드시 늘어나는 것 중 하나이다. 세대가 변하면서 차체 사이즈가 커지는 것은 너무나 익숙하다. 현재의 3시리즈와 C 클래스는 구형 5시리즈와 E 클래스만큼 크고 포르테에서 봤듯 국산 준중형차의 크기도 중형차에 근접하고 있다. 차가 커지면 무게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거기다 최근에는 편의 장비의 수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다.

고급 옵션들의 적용 범위도 하위 차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한 이유이다. ABS와 ESP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 쓰임새가 고급차에만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ABS는 말할 것도 없고 ESP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의무 장착되는 실정이다. 미국 EPA 발표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자동차의 평균 무게는 1987년의 1,460kg에서 1,878kg으로 늘어났고 출력은 100마력 이상 높아졌다. 차의 무게와 함께 출력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경량화의 노력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바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과 맞물리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게 경량화이다. 이는 바로 코스트 때문인데, 최근에 나온 신차 중 구형 보다 중량이 줄어드는 예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압도적이다. 경량화는 직접적으로 코스트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마진이 적는 일반 브랜드는 그 운용 폭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마쓰다2는 일반 소형차로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하겠다.

카본-파이버 같은 소재는 메이커가 원하는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값이 비싸 극히 한정적이다. 몇몇 일본 메이커가 공정 축소화로 저렴한 제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요원한 얘기이다. 대신 플라스틱의 사용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5시리즈는 높은 강도를 요구하지 않는 펜더 등에서 강화 플라스틱을 사용해 경량화 효과를 얻고 있고 이는 다른 메이커에게도 확산되는 추세이다. BMW 차에서 플라스틱의 비율은 17%로 업계 평균을 상회한다.

BASF에 따르면 유럽 미드 사이즈 차의 무게에서 플라스틱이 차지하는 비율은 1975년 6%에 불과했고 한참 후인 1991년에도 8%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1998년에는 11.5%, 2002년에는 13%, 작년에는 18%로 시간이 갈수록 이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BASF는 플라스틱의 사용 비율은 2010년 19% 이상, 다우 오토모티브는 2015년에는 현재 보다 최대 3배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늘날의 자동차는 소재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섀시부터 외장 패널까지 경량 소재의 적용 여부에 따라 상품성이 큰 차이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늘어난 차의 크기와 편의 장비의 수를 줄일 수 없다면 방법은 친환경 파워트레인과 경량 소재의 개발로 압축된다. 두 가지 모두 어려운 일이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미래의 동력원 보다는 경량 소재가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미 친환경 지수가 자동차 가치의 척도가 됐기 때문에 경량화가 갖는 의미는 더욱 커진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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