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급등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트렌드의 하나는 고성능 모델이었다.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스포츠 또는 다이내믹을 외치고 있고 대부분 별도의 고성능 디비전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2008년 7월 작성)
고성능 디비전의 대표주자는 BMW의 M GmbH이다.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의 AMG와 아우디의 S/RS 라인업도 착실하게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렉서스도 IS F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만큼 고성능 모델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도구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는 거의 전 라인업에 걸쳐 AMG 버전을, BMW는 7시리즈, 1시리즈, X5 이외의 모델에는 M 버전을 내놓고 있다. 아우디도 각 모델 별로 S/RS 버전을 출시하고 있다. 앞으로 렉서스도 F 버전을 전 라인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고성능 모델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뿐 아니라 마진이 좋다는 이유도 있다. 일반적으로 차 가격이 높을수록 마진은 늘어나는데, 고성능 모델은 일반형과 비교해 그 정도가 좀 더 벌어진다. 물론 오랜 기간 쌓아온 역사나 배경이 있을 때 가능한 얘기이다.
예를 들어 벤츠 E350의 미국 가격은 5만 달러를 조금 넘지만 E 63 AMG는 9만 달러에 근접한다. 또 S65 AMG는 S500 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싸다. 물론 단순히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판매가 이뤄져야 이득을 챙길 수 있다. AMG는 미국 내 벤츠 판매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벤츠의 미국 내 판매가 25만 3,316대였으니 대략 2만 5천대를 판매한 셈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괜찮은 성적이다. 물론 고성능 버전은 별도의 튜닝이 이뤄지긴 하지만 차의 근간을 이루는 부분에 대해서는 코스트가 적어 자연스럽게 마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BMW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BMW M 버전의 경우 파워트레인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편에 속한다. 예를 들어 SMG 변속기나 직렬 6기통, M5의 V10 자연흡기 엔진은 다른 BMW에서 만날 수 없다. AMG처럼 M 모델도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다. 전체 M 버전 판매의 절반 가까이가 미국에서 팔린다. BMW의 미국 내 판매 중 4% 정도를 M 버전이 차지한다.
스트래티직 비전은 독일 고성능 버전의 경우 일반 모델 보다 마진이 평균 3배 가까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구매층도 차이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AMG 오너의 실수입은 벤츠 오너 보다 2배 이상 많다.
고성능 버전의 자리는 점점 위협받고 있다. 요즘은 고출력 대신 고연비 또는 저 CO2가 대세이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 고취와 고마진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고성능 모델의 명맥은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다. 현재 글로벌 톱 10에 드는 자동차 메이커 중 5위의 현대기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성능 디비전 또는 스포츠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