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시티 쇼크와 2010 코리아 그랑프리(2008-10-07)

칼럼
지난주 토요일과 일요일, 서울과 광주에서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KAVO(Korea Auto Valley Operation)와 전라남도가 F1 유치 2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F1 시티 쇼크’입니다. BMW-자우버 팀의 F1 머신이 한국을 찾아 일반도로에서 기념비적인 시범 주행을 펼쳤습니다. 지금까지 F1 머신이 찾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닉 하이드펠트는 F1 머신으로 한국 땅을 달린 첫 번째 F1 드라이버로 기록에 남겠습니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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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예전에 다한 것 갖고 왜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말할 분도 있겠습니다. 사실 호들갑 맞습니다. 흔히 우리보다 못산다고 인식되는 말레이시아나 중국 같은 나라는 이미 F1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죠. 세계 5위의 자국 메이커가 있는 나라라는 것을 생각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늦더라도 F1 유치가 현실화 된다는 것은 정말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막말로 F1 머신은 TV를 통해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만 F1 머신이 일반도로에서 달리는 이벤트는 흔히 있는 일이 아닙니다. 거기다 바로 코앞에서 그 멋진 자태와 웅장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대단한 행운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 봐야 하는 것을 무료로 본다는 자체가 특별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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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매우 제한된 공간에서의 시범주행이기 때문에 경기와 같은 스피드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F1 머신은 그 존재만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합니다. 정말 관심 없는 ‘행인’에게는 단순히 시끄러운 존재로 치부되겠지만 자동차 마니아라면 실물을 본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감동입니다.

거기다 이번에는 현역 드라이버, 그것도 현재 득점 순위 5위를 달리고 있는 닉 하이드펠트가 시즌 중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귀티가 줄줄 흐르는 하이드펠트는 다른 F1 드라이버처럼 키가 작고 살이 거의 없는 체형입니다. 청바지 입은 하체를 유심히 살펴본 결과 어떻게 저 다리로 5G에 달하는 브레이킹을 실행할 수 있나 싶더군요. 올해의 하이드펠트는 팀 동료 로버트 쿠비차에게 밀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심 쿠비차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더 미남인 하이드펠트로 낙찰됐다는 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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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를 통해 발견한 고무적인 사실은 F1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2003년 르노의 알론소와 트룰리(현 토요타)가 내한했을 때를 돌이켜 보면 하이드펠트에게 쏟아진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죠. 당시의 알론소, 트룰리 보다 현재의 하이드펠트가 더 유명하긴 하지만 2003년 내한 할 때는 정말 조촐했습니다. 달랑 기자 수십 명 모인 것 때문인지 알론소는 인터뷰 내내 인상 썼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역시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시범 주행입니다. F1 머신을 실제로 본적은 수차례 있지만 달리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도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감출 수 없는 존재감이 뿜어져 나옵니다. 예상으로는 공회전 시 회전수가 5천 rpm 이상은 되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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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구간이 800m에 불과한 공간에서의 시범 주행이어서 1만 9천 rpm에 달하는 영역의 소리를 듣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공회전에서부터 약간의 회전수 상승에서 비롯되는 엔진 사운드는 그야말로 황홀할 정도입니다. 특히 40~50m 전방에서부터 달려올 때의 소리가 환상입니다. 땅바닥에서 올라오는 듯한 베이스 톤, 그리고 바로 앞을 지나갈 때 가슴을 후벼 파는 하이톤은 주변의 모든 소음을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단 한 대가 이럴 진데 20대가 동시에 달리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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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0 코리아 그랑프리가 정확히 2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좀 산다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F1을 유치하는 셈이죠. KAVO의 정영조 회장 말처럼 내년 이맘때쯤 발표되는 2010년 잠정 캘린더에 ‘코리아 GP’가 찍힌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2010년이면 우리도 우리의 땅에서 자동차 공학의 총아라 불리는 F1 머신의 질주를 볼 수 있게 됩니다. 한국은 CART의 일정에 포함되고도 몇 번이나 취소된 뼈아픈(전례가 없는) 기억이 있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2010년 코리아 그랑프리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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